통일신라 흥덕왕 복식 금제에 등장하는 복식 품목과 직물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고, 발해 복식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통일신라의 복식을 공부하기에 앞서, 먼저 통일신라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신라는 660년에 백제를, 668년에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676년 문무왕 대에 나당전쟁을 승리하면서 삼국통일을 완성하였습니다. 통일 이후 영토와 인구가 확대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7세기 말 신문왕 대에 유교 교육 진흥을 위하여 국학을 설치하였고, 9주 5 소경 체제의 지방 행정 조직을 완비하였습니다. 그리고 8세기 중반 경덕왕 대에는 국학을 태학 감으로 고치고 박사와 조교 등을 두어 유교 교육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귀족층의 주장으로 불국사를 창건하기도 했습니다. 8세기 후반 이후 귀족 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6두품과 지방 호족 세력의 입지가 점차 넓어졌습니다. 이후 9세기 전반, 즉 834년 흥덕왕 대에는 문란해진 제도와 지나친 사치를 바로잡기 위하여 복식 금제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9세기 말이 되면 지방 세력이 더욱 성장하게 되는데요. 이후 신라 왕실의 힘이 크게 약화되었고, 935년 경순왕이 고려에 귀순하면서 통일신라가 멸망하게 됩니다. 통일신라는 고구려, 백제의 문화를 흡수한 바탕 위에 국제 문화인 당의 문화를 받아들여서 귀족적인 문화를 성립시켰습니다.
복식에서도 삼국시대의 고유 복식과 당풍의 외래 복식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통일신라의 복식을 알 수 있는 문헌자료로는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 그리고 중국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 일본 역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紀)』 등이 있습니다. 유물로는 7세기 황성동 고분 출토 남녀 토용과 8세기 용강동 고분 출토 남녀 토용, 그리고 무덤 앞에 세워진 문관상과 무관상 그리고 십이지신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회화자료로서 당의 장회 태자 이현 묘 벽화가 있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통일신라 복식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특히 흥덕왕 복식 금제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직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일신라의 복식은 삼국 통일 이전부터 형성된 신라와 당의 교류와 관련이 있습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색복(色服)에 나타난 기록을 바탕으로 삼국 통일 이전 신라와 당과의 교류 흔적을 살펴보면, 648년 진덕여왕 대에 당의 의대(衣帶)를 받아들인 사건, 또 664년 문무왕 대에 부인의 복식 제도를 고쳐서 당의 의관(衣冠)과 동일하게 한 점 이런 사건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고유 복식에서 당시 국제적으로 유행하던 당풍으로 조금씩 바꾸어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는 통일 이후 지속적으로 사신 왕래를 하면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당의 복식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8세기 후반 이후 호족 세력이 성장하면서 복식 제도가 더욱 문란해지게 되었고, 834년 흥덕왕 대에는 광범위한 복식 금제가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통해서 금제의 배경을 같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흥덕왕(興德王) 즉위 9년, 태화 8년에 하교하여 말하기를, 사람은 상하가 있고 지위에는 존비가 있으니 명칭과 법칙도 같지 않으며 의복 역시 다르다. 풍속이 점차 경박해지고 백성들이 서로 다투어 사치와 호화를 일삼아서, 다만 이방의 것을 진귀하다 숭상하고 오히려 토산을 비야(鄙野)하다 싫어하니, 예절이 점차 사라져 참람함에 이르고 풍속이 쇠락해가고 있다. 감히 옛 법칙에 따라 분명한 명령을 내리니, 만약 고의로 어기는 사람은 일정한 형벌이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배경을 밝히면서, 신분 계급과 성별에 따라서 각각의 복식에 사용되는 직물, 문양, 색상 등의 제도를 상세히 정하게 되었습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의 내용을 파악하게 되면 당시 통일신라의 복식 종류를 이해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통일신라 복식의 다양성과 특성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 그러면, 흥덕왕 복식 금제의 내용을 함께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남자 복식에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남자 복식 규정에 관한 내용은 표에 정리된 바와 같습니다. 각 신분별, 각 품목별로 금지된 소재와 허용된 소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에서 남자의 신분은 진골 대등(眞骨大等), 6두품(六頭品), 5두품(五頭品), 4두품(四頭品), 평인(平人)으로 구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복식은 관모인 복두(幞頭), 겉옷인 표의(表衣), 그리고 안에 입는 옷인 내의(内衣), 바지인 고(袴), 소매가 없는 겉옷의 일종인 반비(半臂), 허리에 두르는 요대(腰帶), 버선인 말(襪), 신목이 있는 신발인 화(靴), 신발에 두르는 화대(靴帶), 신목이 없는 신발인 이(履)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소재인 포(布)에 대한 규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여자 복식에 관련된 규정인데요, 그 내용은 표에 정리된 바와 같습니다. 남자 복식과 마찬가지로 각 신분별, 각 품목별로 금지된 소재와 허용된 소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흥덕왕 복식금제에서 여자의 신분은 진골녀(眞骨女), 6 두품녀(六頭品女), 5 두품녀(五頭品女), 4 두품녀(四頭品女), 평인녀(平人女)로 구별되어 있습니다. 여자의 복식으로서 주요 품목으로는, 머리에 쓰는 관(冠)과 겉옷인 표의(表衣), 그리고 내의(内衣), 단의(短衣), 고(袴), 표상(表裳), 내상(内裳), 반비(半臂), 배당(褙襠), 표(裱)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 부속 품목으로서 요반(䙅襻), 대(帶), 말(襪), 말요(襪袎), 이(履)가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 장식인 소(梳)와 채(釵)의 재료에 대한 규정과 포(布)와 색(色)에 대한 규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자의 복식에 비해 여자 복식은 금제 품목이 많고 규정도 상세한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의 복식 금제 표에서 표 내부를 자세히 보시면, 신분과 복식에 따라서 금지되거나 허용된 소재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금제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로는 계(罽), 수(繡), 금(錦), 라(羅)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 직물의 다양한 종류도 볼 수 있는데요, 세라(繐羅), 야초라(野草羅), 포방라(布紡羅), 승천라(乘天羅), 월라(越羅)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사(紗)와 능(綾), 그리고 능 계통의 중·소문 능(中·小文綾)과 무문 독직(無文獨職) 이러한 직물들을 볼 수 있으며, 시(絁), 견(絹), 주(紬), 면주(綿紬), 포(布) 등 다양한 직물이 등장합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다양한 직물들의 개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에 기록된 직물 가운데에는 고대로부터 이용되어온 것들도 있고, 고려와 조선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들도 있기 때문에 다른 시대의 직물을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먼저 금제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인 계(罽), 수(繡), 금(錦), 라(羅)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罽)는 모사(毛絲)로 제직 한 다양한 조직의 모직물을 의미합니다. 무늬의 유무에 따라 소계(素罽)와 화계(花罽)로 나뉘며, 특히 중조직에 의해 여러 색의 무늬가 표현된 모직물은 금계(錦罽)라고 했습니다. 중조직이란 경사 한 올에 위사가 여러 층으로 겹쳐 들어가거나 위사 한 올에 경사가 여러 층으로 겹쳐 들어간 것을 의미합니다. 수(繡)는 직물의 조직과 상관없이, 별도의 바느질로 문양을 표현한 것입니다. 삼국시대에 지배층이 신분을 과시하고, 사치와 화려함을 추구하면서, 수의 기법과 무늬가 발달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통일신라에서 수가 더욱 발전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에 다양한 직물 명칭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수를 놓는 바탕 감이 풍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불교와 관련된 자수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금(錦)은 선염 한 각종 채색실로 무늬를 직조한 중조직(重組織)의 견직물입니다. 금(錦)은 제직 법에 따라 경금(經錦)과 위금(緯錦)으로 나누어집니다. 시기적으로 볼 때 경금이 먼저 생산되었고, 7세기 이후 페르시아의 영향으로 위금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금은 선염 한 색사를 2중 또는 3중으로 정경한 후에 평직 또는 능직으로 무늬를 직조한 경중 조직(經重組織)입니다. 위금은 경금을 90도로 회전시킨 것으로서 여러 색의 위사를 사용하여 위중 조직으로 무늬를 직조한 것입니다. 고대국가에서는 금이 활발하게 생산되고 또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유물은 매우 적은 편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경금(經錦) 조각인데요, 홍색의 문양이 표현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라(羅)는 인접한 경사 2올에서 4올을 서로 교차시켜 투공 효과를 만든 얇고 반투명한 익 조직의 견직물입니다. 라(羅)는 제직 법에 따라서 3종류로 구분되는데요, 경사 2올이 교차된 2 경교라(二經絞羅), 경사 3올이 교차된 3 경교라(三經絞羅), 경사 4올이 교차된 4 경교라(四經絞羅)가 있습니다. 4 경교라는 4올의 경사가 한조가 되어서 그물 모양과 같이 직조되었기 때문에 2 경교라나 3 경교라 보다는 덜 투명하고 마치 니트 직물처럼 탄력이 있습니다. 반면에, 2올 또는 3올의 경사가 한 조가 된 경우에는 마치 1올의 경사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외관이 성글게 짠 평 견직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3~4올의 경사를 교차시켜 제직 한라는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유행했던 옷감이지만, 조선시대가 되면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제직 방법을 단순하게 변형한 항라(亢羅) 정도가 남아있게 됩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라직물 조각의 확대 사진입니다. 4경 교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계·수·금·라를 제외한 나머지 직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紗)는 가볍고 얇으며 성글게 짜인 익 조직의 견직물입니다. 인접한 경사 2올을 교차하여 토공 효과를 만들었는데요, 무늬가 없는 것은 '소사(素紗)', 무늬가 있는 것은 '화문사(花紋紗)'라고 합니다. 이 사직 물은 현재 한복감에도 많이 남아있는 직물인데요, 현재에는 숙고사, 생고사, 갑사 등의 다양한 종류의 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능(綾)은 능 조직으로 짜인 견직물입니다. 은은한 광택과 얇고 부드러운 촉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늬가 없는 능직 물을 '소릉(素綾)', 무늬가 있는 것은 '문릉(紋綾)'이라고 합니다. 능은 실의 교착(交錯) 방법에 따라 3매 릉에서 6매 릉까지 다양한데요, 이에 따라 직물 표면에 생기는 능선(綾線)의 방향과 경사도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에서 능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기록이 보이고, 신라의 천마총과 백제의 무령왕릉 유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絁)는 평직으로 된 견직물의 일종인데요, 굵기가 고르지 않은 실로 짠 평직 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견(絹)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짠 견섬유(絹纖維)의 총칭입니다. 그러나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견(絹)은 특정 직물의 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평직으로 제직 한 견은 가장 상등품의 장 견사로 제직 해서 주(紬), 면주(綿紬), 토주(吐紬)와 같은 다른 평직 견에 비해서 경위사의 굵기가 균질하여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좋은 견직물을 말합니다. 주(紬)는 중등품의 견사를 사용하여 평직으로 제직 한 견직물입니다. 주(紬)와 견(絹)은 같은 평직의 견직물이지만, 주(紬)는 견에 비해서 광택이 없고 표면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한국의 전통직물로써 현재까지 계승된 주 종류로 '명주(明紬)'가 있습니다.
다음은 면주인데요. 면주(綿紬)는 꼬임이 있는 견방사를 사용하여 평직으로 제직 한 견직물의 일종입니다. 광택이 적고 표면이 거칠며 비교적 두꺼운 물성을 나타내는 직물입니다. 실의 굵기가 일정하지 못해서 직물 표면이 거칠게 되는데요, 마치 무명과 같은 외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포(布)는 대마로 만들어진 마직물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삼베' 또는 '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신라에서는 마직물이 가장 대중적인 옷감이었는데요, 8월 한가위를 맞이해서 길쌈 대회를 열 정도로 베 짜는 기술을 장려했고, 지금의 안동포보다 훨씬 더 섬세한 마포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흥덕왕 복식 금제에서는 12승부터 28승까지의 포를 계급별로 차등을 두어 허락한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승(升)'은 전통직물의 밀도 단위로서 1승은 경사 80올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승수가 커질수록 더욱 섬세한 직물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흥덕왕 복식 금제에 등장하는 직물 종류들을 살펴보았는데요, 흥덕왕 복식 금제에는 직물의 색상과 염색기법에 관한 규정들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 염색기법으로서 '협힐(𦇦纈)'이 있는데요, 협힐은 음각한 2개의 나무판 사이에 천을 끼우고 염료를 넣어서 문양을 표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흥덕왕 복식 금제와 직물에 대해서 공부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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